"라얍(rayap)과 울랏 뿌띠(ulat puti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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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webmaster 작성일12-04-16 03:55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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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개월간 고국에서의 안식년은 참으로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오랜만에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고 참 쉼을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치아의 치료와 건강을 점검할 수 있었던 것도 감사할 뿐이다. 하지만 선교지의 형편상 더는 늦출 수 없어서 지난 1월 중순께 사역지로 귀임하게 되었다.
돌아온 뒤 첫주간은 선교관에 수북히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구석구석에 쳐 있는 거미줄을 제거하며, 먼지가 잔뜩 낀 옷가지와 이불을 빠는 일로 녹초가 될 지경이었다. 오랫동안 닫아둔 방이어서 냄새가 나는 방을 환기시키느라 창문과 문을 열어놓고 선풍기로 환기도 시키면서.... 하지만 소롱신학대학의 밀린 일들을 처리하고, 안디옥교회를 비롯한 개척교회를 돌아보느라 2월과 3월을 훌쩍 넘기고 어느덧 4월 초가 되었다.
그러던 중 이젠 책장의 먼지를 떨어내야겠다고 생각하고 책을 뽑아든 순간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벌써 한쪽이 벌레를 먹기 시작한 것이었다. 오래 비워둔 집이어서 그렇거니 하고.... 또 바쁜 일이 있어서 덮어둘 수 밖에 없었다. 이틀이 지난 후 서재의 책들을 보았을 때 너무도 큰 충격을 받았다.
서재의 책장에 있는 책 가운데 거의 1/3이나 되는 약 4백여 권의 책들이 모두 '라얍'(rayap)과 '울랏 뿌띠'(ulat putih)란 벌레를 먹어서 모두 쓸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계속하여 다른 책들로 번지고 있어서 다 바깥으로 끌어내어 불태우거나 버릴 수 밖에 없었다. 안타까왔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책을 들어낼 때마다 하얀 벌레들로 우글거리는 것이 얼마나 징그럽던지! 구멍이 숭숭 뚫린 나머지 껍질만 달랑 남아 있거나, 일그러져 형체가 심하게 뒤틀어지고 붙어버린 책들을 억지로 떼어낼 때마다 우굴거리는 벌레에 진저리를 치며 석유를 들어붓곤 했다. 그래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급히 끌어내어 안전한 다른 방에 옮겨 쌓았다. 판자를 얹어서 만든 책장을 17년만에 뜯어내고 보니 '라얍'을 먹은 부분들이 흉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부분을 제거하고 수리한 후 칠을 하고 나서야 바로 안도할 수 있었다.
이 '라얍'(rayap)이란 벌레가 소롱신학대학 도서관의 책장과 책까지 갉아 먹었다. 그래서 독한 '라얍'약을 바르기까지 했다.
이번 기회를 통하여 '라얍'이란 벌레가 얼마나 무서운지 새삼 절감하게 되었다. 그리고 죄의 영향력이 얼마나 무시무시하고 끔찍한지..... 겉보기에는 멀쩡한 데.... 죄의 문제를 무심하게 생각하고, 죄의 영향력에 계속 노출시키게 되면 끝내는 철저하게 일그러지고 망가지고 마는 것을 이 '라압'과 '울랏 뿌띠'란 벌레를 통해 하나님께서 생생하게 보여주셨다. 하나님과 동행하는 거룩한 삶이 얼마나 중요한 지 실물교훈을 하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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